목차
1. 나는 쫄보다!
저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이 일을 함으로써 일어날 혜택보단 리스크를 신경 쓰는 타입이었습니다.
이런 제 성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제 성격이 다름 아닌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제대로 한 걸까??” “그거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라고 제 자신에게 되물어 봤습니다.
분명 잘 완수했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담배, 주식, 도박, 비트코인 등등 운 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각되는 부분에 해당되는 건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런 쫄보 기질은 일을 할 때 더 크게 발현됐습니다.
제가 하던 일이 전투기 엔진을 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엔진을 전투기의 심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곳이고 비행기가 추락을 하게 되면 십중팔구 엔진 작업의 미스였습니다.
제가 정비 한 전투기에 탈 조종사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명감이 저를 옥죄여 오기도 했습니다. “작업 제대로 했을까??” “……?” “……..?” 등등
제가 직접 작업한 부분에 있어서 항상 확신이 있었지만 막연히 걱정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없애기 위해 저는 저 스스로에게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했습니다.
어떤 작업이든 간에 확. 실. 히.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매뉴얼을 숙지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남들이 쉴 때 먼저 작업장에 나와서 매뉴얼을 보면서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이렇게 1년 반 정도를 하니 제 안에 있던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공부를 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후배들 때문입니다.
선배라는 사람은 후배를 지도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선배들에게 받은 지식들과 마인드를 후배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쫄보의 기질이 한번더 발휘됩니다. “만약 내가 작업 알려줬는데,, 얘가 이거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었죠.
저는 저 스스로가 아직 미숙하다고 항상 생각해 오던 사람이었던 지라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 작업을 알려준다는 게 언어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에게 작업을 알려줄 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공부를 하면서도 어떻게 이걸 후배에게 설명을 해줄까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결국 후배에게 작업을 알려줄 때 완전 TMI가 되었지만 혹여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했습니다.
(그렇게 알려주고 난 뒤 후배가 혼자 작업을 할 때에도 작업 전, 작업 중, 작업 후 계속 와서 보는 아주 귀찮은 선배였음;;)
아.. 그런데 다시 생각해도 진짜 후배들 작업은 진짜 잘 알려준 거 같습니다.. 진짜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 가면서 딱딱 말해줬는데 이때는 진짜 작업의 왕이었음.. (작업의 신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 조장님 작업하시는 거 보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미쳤었음…)
2. (선배, 후배를 증인으로 세워서 인증 가능합니다.)
어우 그런데 후배들 대하는게 선배 고참들 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선배들한테는 그냥 일 잘하고, 열심히 하고, 싹싹 하기만 했으면 그냥 오케이였는데 후배를 대하는 건 정말 신경 쓸게 많고 그랬네요..
아 물론 이런 쫄보 기질이 있어서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해서 단한번도 실수를 한적은 없는 장점도 분명 있지만 스스로의 정신을 깎아 먹게 되는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선배한데 상담을 받은 적도 있고 숙소에서 운 적도 있네요ㅜㅡㅜ
좋게 말하면 꼼꼼한 성격과 나쁘게 말하면 쫄보인 성격 사이에서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하면서 좋은 쪽으로 순환 시켜야겠다고 생각이 매우 매우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분명히 이 녀석 때문에 성과도 내고 힘들어하기도 하겠지만 잘 갈고닦아서 제 무기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이 쫄보 스러움에서 나오는 안 좋은 부산물 들을 최소화해보도록 하겠습니다.